국가대표 이 영화


<오! 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를 거쳐 <국가대표>를 완성해낸 김용화 감독은 '고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선수'임엔 분명하다. 주제넘게 그의 능력을 평가하자는 게 아니라, 그의 진화방향이 선수쪽이란 얘기다. 더욱 능란하고 영리해졌다.
자신을 해외로 입양시킨 엄마를 찾으러 돌아온 주인공, 군대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대표의 길을 걷는 청년들의 눈물겨운 도전기. 예상대로 이 영화엔 관객을 울리기 위한 신파가 잔뜩 장전되어 있다. 클라이막스에 가서는 심지어 등장인물들이 단체로 눈물의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까지 있다. 쯧쯧... 이거 위험해... 싶은 순간, 영화는 슬쩍 삐딱한 유머를 던져주면서 싸구려 신파 직전단계에서 매끄럽게 빠져나간다. 점프용어로 말하자면 착지가 예쁘다. 울릴 거 다 울려가며 세련미를 잃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 <해운대>와 비교된다.)

타이틀을 <국가대표>로 뽑은 것은 여러 모로 의미심장하다. 주인공 청년들에게는 개인적 성취보다도 '국가대표'라는 단어가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정체성이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그들이 대한민국을 향해 품고 있는 마음은 웬수 같은 부모를 대하는 애증의 감정을 닮았다. x도 해준 거 없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무거운 존재. 그 무거움을 온전히 떠메고 날아오름으로서 그들은 비로소 어른이 된다. 그러한 애증의 감정을 중심에 놓은 감독의 직관은 찬사를 받을 만 하다.

우리 나라 스키점프 대표팀은 아직도 다섯명 뿐이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꼼수로 급조된 대표팀이다보니 준비과정이나 훈련과정이 가관인 것은 당연한 일(<쿨러닝>을 능가한다). 한데 이 팀이 실제로 각종 세계대회에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을 긁어댔다니, 신기한 일이다. 국가는 저지르고 국민이 성취한다. 대한민국의 성취가 위대하다면 갈채는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하정우는 특유의 뚱한 눈매를 잘 활용하면서 언제나 그렇듯 어슬렁어슬렁 연기한다. 또래 남자배우들처럼 살인눈빛과 어깨가오에 몰두하지 않는 참 귀한 배우다. 김동욱은 가장 빛난다. 아주 사랑스럽다. 김지석도 잘했다. 그닥 도드라지지 않는 무난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파묻히지 않는다. (이 배우는 살짝 저평가되어 왔다고 생각한다.). 이재응은, 어린 나이에 벌써 대체불가능한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조 페시같은 훌륭한 조연으로 커주길)

성동일, 이한위, 김용건은 아마도 김용화 감독의 패밀리가 될 것 같은데, 감독과의 궁합이 잘 맞는 편인가보다. 성동일이나 이한위는 살인적인 애드립을 마구 날리는 타입의 연기자들인데, <미녀는 괴로워>나 <국가대표>에서의 연기는 딱 적정 수준의 깔끔함을 보여준다. 김성주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연기도 자유분방하면서도 잘 조율되어 있다. 사실 코미디의 수위와 호흡을 촬영중에 적절하게 유지한다는 게 쉽지 않다. 김 감독이 선수라는 얘긴 그래서다.

<그림자 살인> 포스트에서도 말했듯이, 대중 오락영화를 그것답게 만드는 감독은 천재적인 예술감독 못지 않게 소중하다. 그런 면에서 수작 오락영화들이 속속 나타나는 요즘의 한국영화판이 난 참 희망적으로 느껴진다. <해운대>랑 서로 잡아먹지 말고 동반대박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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